비바람 몰아치는 속으로 고향까지 갔다가어머님께서 지어주신 따스한 아침을 먹고서 부산으로 오던 날거가대교엔 세찬 태풍의 자락이 스쳐지나고 있었다.중형차마저 휘청이게 만들어 금새 바다로 내동댕이쳐질 것 같은그공포스런 느낌이라니.어찌 그리 다리는 길고 또 여러개인지.평소였으면 감탄을 쏟아내던 아름다운 조형물들이 원망스러운 건우리 인간 마음 깊은 곳의 간사함탓일까. 그래도 습기 가득한 회색빛 바다가 좋았다.그렇게 갑자기 세상을 등지게 된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누군가 그리웠다는 것이너무도 좋았다.사랑한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사랑 받느니보다사랑 한다는 것이.
어느 한적한 날KTX를 타고 훌쩍 길을 떠났다.모래주머니 찬 사람은 에스컬레이터 이용하지 않는다.왜냐하면 여행겸 운동겸 해야 할 팔자라서.한없이 따라걷고픈 철길.물론 철길 옆 길을 따라. 차창밖 윗쪽 지방은 아직눈이 녹지 않았다.마음 외로워도 우린굶지는 않아야 한다.여행 중에 늘 함께 하는맛있는 도시락.창밖 보다가 신문 보다가가끔 입 벌린 채 깊이 졸기도 하다가.. 겨울이어서일까.마치 내 가슴 마냥텅 빈 들녘. 멀리아름다운 호수를 바라보네. 어디에선가내 님이 나타날 것만 같네.
가끔은 호젓한 겨울여행이 운치가 있다.물론 쓸쓸하고 고독하고청승스럽기도 하지만.가덕도를 지나 거가대교 타보니거제가 금방이네. 지상과 지하를 반복하여 오래도록 주행하는 재미.휑하니 거제 구경하고다시 부산 낙동강 을숙도.유네스코가 건설을 반대했다던 그 하구언. 언젠가 오래 전에아이들과 여기서 자전거 타고 놀았었지,온종일.잠시 전망대에 올라본다.. 늘 그랬듯이전망대엔 바람이불고멀리 동아대학교와 승학산이 보이네.저 산도 많이 올랐는데.은빛 햇살 가득한 강변 그리고 해변길을 달려다대포 어느 찻집.진한 커피향과 따사로운 실내가 반갑네. 창으로 넘어온 햇살에잠시나마 푸른 봄을 느꼈어. 그 햇살이그대의 따스하던 품 속인 것만 같네. 지난밤 꿈 속에서라도안기고 싶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