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겨울처럼 바람이 차더니오늘은그나마 따사로운 햇살을 느꼈다.베란다엔식구가 늘어 새싹이 나기 시작하고묘목으로 심은 딸기랑 상추, 청경채, 케일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듯 하다.생명이란 어이 이리도 싱그럽고경이로울까. 아마도 이 세상 만물이 다 그러하리라.유형 무형 가릴 것도 없이.사랑도 외로움도 그러겠지.어찌어찌하다가 태동하여 성장하고 생동감 넘치는 전성기를 가지다가 어느날 문득 덧없이 소멸하고 그러겠지.사랑은 영원하다고도 한다만.오히려 고독이란 것이 영원한 게 아닐까.중얼중얼.깊은 밤의 독백 한마디.
해운대 온천에서 반신욕을 하고나른한 육신 이끌고 창밖을 내어다보며 앉았다.이제 완연한 봄인가,아직 꽃샘의 바람이 부는데.바다는 파랗고 하늘이 맑은 것이꽃피는 들녘이 그리운 것이. 마음은 송정 바닷가 갈매기들 따라 허공을 맴도네.바쁜 날에도 이렇게 한가한 날에도언제나 그대의 하늘을 맴도네.그대찾아서무작정 달려가고프네.이번에 큰돈 벌면 무엇하나.어디 유럽여행이라도 갈까.혼자서.아님 애들과. 아님 둘이서. 언제나 그리운 것은그대의따스한 말 한마디,너무도 달콤한그대의나즈막한 속삭임.
지나는 길에 잠시 들른 하구언.낙동강 잔잔한 강물은 여전히고요하게 흐르고 있었네.어디선가 불어드는 차가운 바람겨울 아니랄까봐 얼얼하게 뺨을 스쳐 지나고. 강물에 비친 내 살던 아파트 그림자 보며예전 젊은 기억에 마음 아팠다.. 언젠가 올랐던 승학산.그때도 내 나인 청춘이었던가.산오르는 순간의 거친 숨소리가 아직도 귓전에 생생하고멀리 또렷이 내려다뵈던부산 시가지의 바쁜모습도. 이렇게 그냥저냥 세월이 가나보다. 혼자 걷는 강변이 무섭다. 아무도 찾지 않는 쓸쓸한 강변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이리도 혼자인 것이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