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강은교 교수님의 어떤 시집 서문을 읽고서소리내어 흐르지 않는 깊은 강물, 넓은 바다를 사랑했다.깊은 물은 소리내어 흐르지 않는단 말이 학창시절 어찌도 그리 좋던지.오늘 들어보니 심산유곡 계곡물 요란한 소리도 좋기는 하다.그 시원함 가운데에서 식사를 즐겼다. 세상만사 모든 것이우리 마음 먹기에 달렸슴일까.요란한 계곡물 소리에 오히려 고요함이 느껴졌다.평정심을 찾고차분함을 얻었다.옅은 시냇물이 아니라 깊은 계곡물이어서일까.소리란 것이 때론 소리가 아닌 것일까.큰 소리에 세상 만물 소리가 다 파묻혀서일까.산이란 이래서 좋은가.계곡이란 이래서 좋은 것인가. 울창한 삼림 속 시원한 4월의 산들바람이 산 아래로 휘몰아 내려와나의 더운 가슴 어루만지며 지나갔다.누군가의 사랑을 갈구하고 싶어졌다.산들바람에 실려..
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수족관을 수시간 면벽자세로 감상하다가세찬 폭우를 뚫고서 거제를 경유하여 고향으로 여행을 떠났다.거가대교의 강풍이나 해안을 따라오는 짙은 안개가 바쁜 마음을 더디게 막아서긴 했지만빗소리 파도소리 듣는 즐거움을 어디에다 비길까.고향집.다시금 진한 외로움 마주하고 컴 앞에 앉았다.매실나무 가지들에 떨어지는 빗소리에 귀 기울이며절대고독의 늪에 빠지지 않으려 애를 써보네.이 세상 어느 누구랑 交通하면 이 이상한 기분 벗어나게 될까.어디로 가서 무엇을 하면 평정한 심신을 유지하게 될까.
못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한 세상 지내시구려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못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못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 [김소월 詩] 김소월의 역설일까.못잊어도잊혀진다는 그 말이.창 밖에 또 다시 비가 내리네.대체 저 빗방울이 무엇이길래이리 마음 속까지 젖어드는 것일까. 마음 가는대로 몸 가는대로 살아야겠다.보고프면 보고파할 것이고그리우면 그리워할 것이고눈물이 나면울 것이고.정녕 잊지 못할 지경이 된다면천리길이라도 기꺼이 찾아가야겠지,언젠가는.
인터넷으로 구입한 텃밭세트에 상추 모종 일부 옮기고다 쓴 세탁세제통에 오래된 가위를 달구어 물빠짐 구멍 세 개를 뚫어서딸기 묘목 한 그루 운치있게 심었다.재활용 쓰레기로 가야할 운명이었지만그래도 내가 새 생명을 부여한 것만 같아서기분이 뿌듯해지넹~그리고여기저기 볼품없이 처박혀있던 수석들 찾아내어배치하고. 이렇게 저렇게 나른한오후의 휴식을 보내었나 보다, 마음 느긋한 것이.열컴 중인 아이들 살살 꼬셔서는 저녁시간함께 해운대웨스틴조선 뷔페를 찾았다. 밀려드는 파도 소리 너무 정겹고저 멀리 달맞이고개 화려한 불빛들이 아름답기만 하네.사랑하는 이랑 왔다면 동백섬 야간산책도 해볼 텐데.그립다.언제나.그.대.가.
며칠 겨울처럼 바람이 차더니오늘은그나마 따사로운 햇살을 느꼈다.베란다엔식구가 늘어 새싹이 나기 시작하고묘목으로 심은 딸기랑 상추, 청경채, 케일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듯 하다.생명이란 어이 이리도 싱그럽고경이로울까. 아마도 이 세상 만물이 다 그러하리라.유형 무형 가릴 것도 없이.사랑도 외로움도 그러겠지.어찌어찌하다가 태동하여 성장하고 생동감 넘치는 전성기를 가지다가 어느날 문득 덧없이 소멸하고 그러겠지.사랑은 영원하다고도 한다만.오히려 고독이란 것이 영원한 게 아닐까.중얼중얼.깊은 밤의 독백 한마디.